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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열혈 평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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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2-07-21 13:33 조회4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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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 문헌들에서 종종 강조되며 사용하는 단어들 가운데 하나가 ‘참여’(participatio)라는 말이 아닐까. 그리스도인들은 각자(pars)에게 주어진 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열성적으로 협력하여 교회의 발전과 자신의 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다. 오죽하면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한 몸 안에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지체가 모두 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 않듯이, 우리도 수가 많지만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면서 서로서로 지체가 됩니다.”(로마 12,4-5)

모든 것이 폐쇄되고 단절된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교회는 신자들에게 ‘공동체 활동에 적극 참여합시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 없단 말인가?

우리 본당 공동체는 20여 년 동안 가건물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해오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턴 전 신자가 성당 건립을 위해 기금 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모든 본당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소 안면과 친분이 있는 신부님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며 신자들이 직접 채취하고 만들고 재능기부한 물품들, 신자분이 운영하는 국내산100% 여러 천연농산물을 판매하며 한 푼 두 푼 모으고 있다. 몇 달 전 OO교구에 친분있는 신부님의 너그러운 배려로 그곳 성당에서 기금 신립과 방문판매에 나설 수 있었다. 네 시간에 걸쳐 도착한 그곳에서 토요일 저녁 주일미사를 봉헌한 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형편이기에 식당에는 갈 수 없어서 비어있는 사제관을 잠시 빌려 준비해온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총괄팀장이 난데없이 한숨 섞인 말을 한다. “신부님, 고추장이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네요. 어떻게 할까요?”, “아, 그래요?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으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음날 새벽 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성당 마당을 둘러보니 없어서 팔 수 없다던 고추장이 어디서 왔는지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 교회는 평신도를 성직자, 수도자에 비해 열등한 존재, 늘 죄인으로 바라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평신도를 바라보는 인식이 새롭게 바뀌었다. 교회 문헌은 평신도를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 구성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는 자들이 되어, 그리스도교 백성 전체의 사명 가운데에서 자기 몫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교회 헌장 31항)이라고 정의한다. 그들은 세상 안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고 복음 정신을 실천하며, 특히 자기 삶의 증거로써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빛을 밝혀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보여 주며 모든 일을 창조주와 구세주께 찬미가 되게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께서 나누어 주시는 은혜의 양에 따라’(에페 4,7) 자기에게 주어진 그 은혜로써 바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살아 있는 도구이며 증인”(33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추장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본당의 열성적인 자매님 두 분이 늦은 저녁 시간에 전북 순창 장류 공장에 가서 물건을 싣고 네 시간에 걸쳐 새벽 두시 반에 도착, 물건만 내려놓고 다시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성 안에서 모든 이가 그리스도의 몸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일치에 대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초기 한국천주교회도 열혈 평신도들로부터 시작하지 않았던가. 주님의 모범에 따라 신자들에게 봉사하여야 하는 사목자, 그리고 사목자들에게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신자들은 공통의 필연 관계로 서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


 

가톨릭신문 2022-07-1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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