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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슬기로운 노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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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07-19 13:24 조회1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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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겨우 인생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남아 연부역강(年富力强, 연륜도 풍부하고 근력도 좋음)한데, 노인 같은 말씀을 하다니요. 요즘 기준 나이에 걸맞게 젊은 기운으로 임해보길 권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5금(禁) 5권(勸)보다 십계명만 잘 지켜도 노년이 행복할 듯합니다.”, “예비 노인도 좋지만 요즘은 ‘영 시니어’라고 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활동에 ‘액티브 시니어’라고도 하지요.”

필자가 며칠 전 가톨릭언론인 단톡방에 짤막한 ‘노년의 경구’를 올렸더니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 경구는 민속학의 대가 고(故) 김열규 교수의 ‘5금 5권’(「노년의 즐거움」 참조)이었다. ‘잔소리, 노기, 기죽는 소리, 노탐, 과거에 연연’을 멀리하는 가운데 ‘차분하라, 관대하라, 소식하라, 사색하라, 움직여라’는 권고였다.

무엇보다 노인복지법상 노인의 기준인 만 65세까지 한참 먼 후배를 아끼는 선배들의 마음이 묻어 있었다. 다음으로 그들은 노인, 노년이란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기야 ‘100세 시대’에 노화를 냉큼 인정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을 터다. 그런데 갓 정년퇴직한 필자가 노인 또는 노년을 언급하면 애늙은이 같을까. 굳이 예비 노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대 얘기는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침 오늘은 제3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이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정한 이 날에는 교회가 언제나 노인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교황은 노인들의 소명, 즉 ‘뿌리 지키기, 젊은이들에게 신앙 전수하기, 작은 이들 돌보기’를 일깨워 주었다. 올해 이 날은 8월 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와 잇닿아 있다. 교황은 노인과 조부모, 젊은이 두 세대가 삶과 신앙의 친교, 상호 선물과 감사, 희망과 애덕의 증언을 나눈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도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에서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초과)까지는 3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가톨릭교회는 이미 2년 전 초고령 교회(65세 이상 신자 비율 23)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시니어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하는 노인사목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른바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 무임승차 노인)를 떠올리게 하는 노년 생활은 어떻게 하면 슬기로울 수 있을까. 이 시대의 대표적 영성가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잘 늙으려면 몇 가지 덕이 필요하다고 봤다. 평정, 인내, 온유, 자유, 감사, 사랑이라는 덕이 그것이다.(「황혼의 미학」 참조) 우선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부터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요즘 맨발 걷기에 푹 빠져 지낸다. 동네 산속에서 한 시간 가까이 걷다 보면 몸 상태가 좋아지고, 흙길과 하나 되는 느낌이다. ‘기적의 치유법’으로 통한 것일까. 산에서 만나는 사람 절반 가까이가 맨발족이다. 또한 자신의 특기를 찾아 루틴으로 삼으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읽고 쓰고 걷는 ‘삼락’(三樂)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따삐빠! 따삐빠!” 전 MBC PD였던 김민식 작가의 제안은 흥미롭다. 시시콜콜 따지지 말고, 사소한 일에 삐지지 말며, 친구 모임에 빠지지 말자는 뜻이다. ‘따삐빠’ 하다 보면 자기만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잠깐 병원 생활을 했을 때 일이다. “○○○님, 이어폰 끼고 들어주세요.” 60대 후반 환자에게 젊은 간호사가 한 말이다. 그는 5인실 병상에서 휴대폰으로 볼륨을 키운 채 유튜브를 시청하다 딱 걸렸다. 이런 민폐는 지하철에서도 종종 보는 볼썽사나운 장면이다. 풍부한 경험을 전수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며 ‘꼰대’ 소리 듣지 않는 지혜로운 노년을 응원한다.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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