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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 생활] 마음은 깊어지고 시야는 넓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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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06-06 08:39 조회1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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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 할머니에겐 매일 반복되는 생활양식이 있습니다. 성당에 가서 기도지향대로 성모상 앞에 초를 봉헌하고 지정좌석에서 미사에 참여한 후에는 자동판매기에서 300원짜리 커피를 사람들에게 대접합니다. 할머니에게 사람들과 함께 신앙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큰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보나 할머니는 주변 사람들과 노인대학에서 인기가 매우 많습니다.

보나 할머니는 관절 통증으로 자녀들이 수술을 권유했을 때,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며 하느님께서 주신 몸이니 칼 안 대고 버티는 데까지 버티어 보겠다고 10년 동안 수술을 거절하셨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조장치 없이는 몇 걸음을 떼지 못할 상황이 되자 마음을 바꾸시어 양쪽 다리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기로 하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는 날,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따로 챙기신 가방을 절대로 자식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들고 가셨습니다. 그 이유는 보나 할머니가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보나 할머니가 가방 속에서 입원 기간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성모상과 성수를 꺼내는 모습을 보고 몹시 당황해 했습니다. 성상을 모시고 온다고 하면 애초부터 극성이라며 못 가지고 가게 할 것 같아서 몰래 모시고 왔다고 하셨습니다. 보나 할머니는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미소를 지으며 수술이 잘되는 것도 하느님께 영광이고, 잘못되어 죽는다고 해도 주님을 뵐 수 있으니 그것도 영광 아니겠냐며 씩씩하게 손을 흔드셨습니다.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뼈에 염증이 심하여 긁어내느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수술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수술해왔던 환자 중에 염증이 이렇게 심한 분은 처음이라며 이 지경이 되도록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셨을 거라고 했습니다.

보나 할머니께 고통을 어떻게 참고 견디셨냐고 묻자 “좋은 것을 너무나 많이 주시는 주님을 생각하면 이 정도 고통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느님께서 주신 몸이니 칼 안 대고 하느님을 뵈려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살고 있지 뭐예요. 걷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어요”하고 말씀하셨습니다.

2주 정도 지나 병문안을 갔을 때 보나 할머니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정형외과 병동에 성모상을 모시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 할머니가 계시다는 소문이 병동에 퍼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수술환자들이 간호사를 통하여 보나 할머니께 기도를 청해달라고 쪽지를 보내와 병실마다 기도해주러 다니시느라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병실 저 병실로 기도해주러 바삐 움직인 덕분인지 걷기 운동이 잘되어 연세가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보다 빨리 회복이 되었습니다. 퇴원하시자마자 성당에 나오셔서 300원짜리 커피를 사람들에게 건네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신 보나 할머니입니다.

고통의 순간들이 찾아올 때 없애려고 애를 쓰거나 맞서서 싸우려 한다면 고통에 대해 더 집착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나 신체 기능이 약해지게 되면 면역력과 저항력이 떨어져서 다른 병에도 걸리기 쉽습니다. 이럴 때 온갖 종류의 약을 복용하면서 병과 투병하기보다는 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며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도 평온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노년의 삶이란, 그저 늙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은 더 깊어지고 시야는 더 넓어져서 젊은 시절에 보이지 않던 주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내년에도 느낄 수 있을지, 서랍장에 옷을 정리하며 내년에도 다시 꺼내 입을 수 있을지, 감사한 마음을 손끝에 담아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노년의 시기입니다. 후회 없는 내일을 맞이하기 위하여 오늘의 순간을 마음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겸허히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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