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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하느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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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04-15 11:47 조회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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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수도회의 의뢰로 성모님의 일생을 그렸습니다. 평소에 늘 성모님 일생을 그리고 싶어했기에 그 작업을 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고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성모님 일생 중 그림에 담을 장면들은 수도회 신부님과 상의하면서 복음 속 장면들을 그렸습니다. 당시 손목 골절 수술을 하느라 얼마간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손목이 낫고 나서 한 것이 바로 이 작업이었습니다. 안 좋았던 몸이 회복한 후에 그렸기 때문에 더욱 기쁘게 감사드리면서 그렸던 그림이었습니다. 특히 이 작업을 하면서 감동적인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 장면인 성모승천과 모후의 관을 받으시는 모습을 그릴 때입니다.

수많은 천사들의 찬미를 받으며 하늘로 오르는 성모 마리아.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표정의 성모 마리아를 그리면서 제게도 그 감정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에 오르시는 모습이 마치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성모님께서 일생을 마치시고 하늘에 들어 올림을 받으시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그리면서 한참 동안 모후의 관을 받으실 때 얼마나 기쁘셨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드님한테 하늘의 어머니의 관을 받으시고, 예수님께서 성모님께 모후의 관을 씌워주실 때 얼마나 기쁘셨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하늘에 올라갔을 때 천국의 기쁨을 누린다는 것을 성모님은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제 그림에는 노란빛이 많습니다. 빛과 희망을 표현하고 싶을 때 빛을 표현하는 노란색을 씁니다. 어두운 밤처럼 두려운 절망의 상황에서도 저는 빛을 그립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은총의 빛을 주셨기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 넘어져도 일어나 빛이 있는 곳을 향합니다. 끝없이 희망을 품고 빛을 향해 쉬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힘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지요.

누에고치는 힘겹게 어두움을 찢고 나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로 재탄생합니다. 제게 하느님이 주신 빛은 그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생명을 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림의 노란빛 가운데 잘 안 보이는 곳에는 어두운 색들을 많이 씁니다. 어두운 색과 밝은 색들이 수없이 교차해 쌓이면서 캔버스는 어느새 점점 밝은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어두운 색과 오랫동안 씨름하며 쌓였던 고단함은 밝은 노란색을 만나면서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표현하고 싶었던 모습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처럼 어두움과 밝음을 수없이 쌓아 올린 이유는 인생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꽃길도 있고 가시밭길도 있고 넘어지게 하는 돌길도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을 길로 삼았던 제 삶에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그 길을 수 없이 붓질을 하며 가고 싶은 길로 가려고 애씁니다.

그때 나를 인도하는 길이 빛의 길이고, 하느님께서 빛을 비추어 주십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모님께서 가신 길을 바라보면서 하늘에 올라가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심순화 가타리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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