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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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2-11-16 11:04 조회1,34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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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
오늘은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시기를 목전에 둔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는 1925년부터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축일명에서 알 수 있듯 오늘은 인간이 되셔서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이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왕’이라고 하면 우리는 갖가지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에, 가장 비싼 원단으로 만들어진 기품있는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또한 위엄있는 언행, 사람들을 사로잡는 강렬한 카리스마도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지내는 대축일은 예수님이 이러한 왕이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지도 않았고, 다른 나라를 정복하지도 않았으며, 사람들 위에 군림하시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시면서 쉴 곳도 마땅치 않으셨으며, 제자들은 배가 고파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먹어야만 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왕’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왕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의 지혜와 하느님의 지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십니다. 이때 같이 못 박힌 한 죄수는 예수님께 메시아라면 자신이나 구원해 보라며 빈정거립니다. 십자가 처형이라는 것은 그 시대 가장 치욕스러운 형벌이었기에 그 당시 예수님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죄수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자신을 기억해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그런 죄수에게 예수님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것과 같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은 이제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십니다.(콜로 1,20)
이처럼 사람들에게는 치욕의 상징이고 어리석음의 상징이었던 십자가가 하느님 편에서는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이끌어주는 구원의 열쇠이고 지혜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이 되셔서 자신을 십자가에 죽기까지 낮추신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는 구원이 흘러 들어오게 되고,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가 되십니다. 우리를 죽음에서 벗어나 구원으로 이끌어 주시기에 우리는 예수님을 왕이라고 고백합니다.
박현진(마르코) 신부 동해(제22보병사단) 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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