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죽음과 성모님과 사도 요한(벨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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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05-09 06:16 조회1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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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죽은 그리스도를 부축하고 있는 성모님과 사도 요한]
조반니 벨리니, 86×107㎝, 브레라 미술관(밀라노).
몇 해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다빈치 코드’라는 책에서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오른 쪽 옆에 그려진 사람이 마리아 막달레나라고 하여 대중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사실 이는 성경에도, 미술 작품에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그저 한 소설가의 상상의 소산일 뿐이었다. 화가들은 다빈치 이전에도 오래 전부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의 옆에 가장 사랑받았던 애제자 요한을 그려왔으며, 그가 열 두 제자 중 가장 어리다는 이유로 젊은 금발의 남성으로 그리곤 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높은 산에 올라가 모세와 엘리아 사이에서 흰옷을 입은 모습으로 영광스럽게 변모하셨을 때와 체포 직전에 게세마니 동산에 올라가 기도하셨을 때 제자 세명만을 데리고 가셨는데 이들은 바로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사도 요한이었다.
요한은 그 밖에도 열두 제자 중 유일하게 선생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때에 자리를 지켰고,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요한에게 맡기셨기 때문에 화가들은 요한을 다른 제자들에 비해 선생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제자로 구분하여 그리곤 했다.
요한과 야고보 형제는 제베대오의 아들로 어부였으며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가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은 직후 예수님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열두 제자 중 가장 어렸으나 가장 늦게까지 생존했으며 열두 제자 중 유일하게 순교 당하지 않고 로마 제국의 트라야누스 황제 재임 시(98~117년) 94세의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예로니모에 의하면 요한은 말년에 노쇠하여 더 이상 설교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중 앞에 서서 “여러분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자 사람들이 왜 똑같은 말만 반복하냐고 묻자 “왜냐하면 이 말이 바로 주님의 말씀이고 그것을 실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가 요한복음을 쓴 것은 노년에 이르러서이며, 복음서의 마지막 구절에 “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라고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요한복음의 저자임을 밝히고 있다.
조반니 벨리니의 이 그림은 요한이 돌아가신 예수님 곁에서 성모님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손등에 동그랗고 커다란 못 자국이 뻥 뚫려 있는 죽은 그리스도를 부축하고 있다. 성모님은 예수님과 얼굴을 맞대고 한 몸이 된 듯 가까이 있으며, 요한은 화면 밖을 바라보며 입을 벌려 망연자실하고 있는 금발의 젊은이로 그려졌다. 성모님은 검은색 망토를 쓰고 있고, 요한 또한 검은 옷을 입고 있는데 사랑하는 아들과 선생님의 잔혹한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이 절제된 색을 통해 사진 못지않은 정교함으로 그려져 있다.
세 사람은 마치 창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밝은 빛으로 인해 예수님의 손과 가슴에 난 상처가 정교하게 드러나 보이며 배경은 화가가 활동했던 베네치아의 풍경인 듯 왼쪽 편으로 바닷가가 보인다.
미술사에서 조반니 벨리니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빛과 색채를 주 무기로 표현했던 베네치아 화파의 설립자라는 것인데, 그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화면에 고루 퍼진 빛과 절제된 색채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것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 줌과 동시에 관람자들까지도 슬픔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
[가톨릭신문, 2010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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