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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수태고지(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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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10-25 09:47 조회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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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교회 미술 산책 [성모영보(領報; Annunciation)]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1480-1556), 1527, 166×114캔버스에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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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눈부시게 화창한 어느 봄날주님의 심부름꾼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방문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기뻐하여라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마리아에게 말문을 이어갔다아이를 잉태하여 낳을 터인데 그 이름을 예수라고 부르라는 것이다그러면서 그 아이가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불릴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놀라서 펄쩍 뛸 일이지만 마리아는 금세 주님의 뜻을 받아 들였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처녀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을 담은 이 이야기는 4대 복음서 중에서 루카복음만이 유일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이것을 주제로 한 그림을 수태고지’ 혹은 성모님의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에서 성모영보(聖母領報)’라 부른다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면은 이미 3세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으며 성서의 일화 중에서 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리는 주제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성모영보는 왼쪽에 소식을 전하는 대천사 가브리엘이오른쪽에 성모 마리아가 소식을 전해 듣는 모습이 그려짐으로써 서로 마주보는 모습을 띄는 것이 보통이다배경은 정원이 있는 회랑이거나정원 등인 경우가 많다다빈치 혹은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이 그러하다.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의 성모영보는 이전의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가장 큰 변화는 마리아와 대천사 가브리엘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정면즉 관객을 향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이제 막 방안으로 들어온 가브리엘 대천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한 손은 위로 높이 치켜든 채 인상적인 모습으로 주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왼손에 들고 있는 흰 백합꽃은 성모님의 순결의 상징이다.

 

붉은 튜닉을 입고 있는 성모님은 책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가브리엘이 들어왔을 때 독서 중이었던 것 같다화가는 이 같은 연출을 통해 마리아가 교육을 잘 받은 교양있는 집안의 여식이라는 느낌을 은연 중에 전달하고 있다마리아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천사의 출현에 화들짝 놀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미화되지도신비스럽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아가씨의 모습이다.

 

방안을 살펴보니 침대가 보이고선반에는 책과 수건 등 일상적인 물건들이 보인다낯선 이의 출현에 화들짝 놀라 도망가고 있는 검은 고양이는 이 작품의 백미로서 재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그러나 고양이는 죄의 상징으로서 이제 구세주의 탄생으로 인간의 죄가 씻겨지게 됨을 암시하는 의미도 있다.

 

문 입구 위쪽을 보면 붉은 옷을 입고 있는 한 노인이 구름위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바로 하느님이시다로토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주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 밖은 정리가 잘 된 아름다운 르네상스 식 정원이다청명한 대기의 느낌으로 보아 요즘의 한국처럼 화창한 봄 날이 연상된다찬란히 빛나는 빛은 두 주인공이 있는 방 안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다.

 

밝은 빛으로 인해 더욱 빛나는 성모님의 밝은 표정과 붉은 옷그리고 방 바닥의 그림자는 화가가 빛과 색채에 관한 한 대단한 실력가임을 짐작하게 해준다그러나 이 같은 회화적 성과는 우연한 것이 아니며 로토가 빛과 색채에 있어서 회화적 혁명을 일으켰던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 출신의 화가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로토는 티치아노틴토레토처럼 기라성 같은 인물들과 같은 도시에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던 동시대인이었다그는 일찍이 이들 대가들에 가려져서 베네치아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인근 지역으로 옮겨 활동을 해야만 했다그러나 이 작품을 비롯한 로토의 작품에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듯이 까마득한 옛날 옛적의 성경 이야기를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사건 현장으로 탈바꿈 시키는 능력이다비록 거창하지는 않아도 이 작품이 그러하듯이 다정하고인간적인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았을 것 같다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이런 소박한 위안도 있었으면 좋겠다.

 

Tip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인 로렌초 로토(1480~1556)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생해 티치아노라파엘로 등과 동시대를 살았다그는 베네치아 출신이었지만 당대 거장 티치아노 등의 명성에 가려 고향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주로 북부 지방 등지서 활동했다.

 

로토의 작품은 S. 보티첼리, S. U. 라파엘로와 나아가서는 독일 화가인 A. 뒤러 등 여러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매우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개성은 명확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독특한 은회색조 바탕 안에 세부에는 소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독자적 양식을 전개한 작가다이러한 작품의 특징은 초상화에서 더욱 잘 드러나는데은회색조의 아름다운 색채를 빛내는 초상화들은 주인공 내면의 모습불안함 같은 감정을 작가 특유의 통찰력으로 잘 표현한다.

 

고종희 교수는 그의 저서 르네상스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에서 로토의 작품에는 르네상스의 모든 성과가 들어와 있다며 그의 작품은 더 이상 그리지 못할 그림이 없다는 듯데생과 색채 빛의 사용에 있어서 완벽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덧붙여 로토는 라파엘로의 소묘와 벨리니의 빛티치아노의 색채뒤러의 정교함을 모두 갖춘 화가라고 평가한다.

 

로토는 말년에는 영혼의 고뇌를 견디지 못하고 로레토의 산타 카사 수도원에서 수도사로 생활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베르가모 성바르톨로메오성당의 성모와 성인들을 비롯해 그리스도의 십자가형’ ‘늙은 신사’ 등이 있다.

고종희(마리아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가톨릭신문, 2008년 3월 30]

 

성화에 담긴 영성 [성모영보(Annunciation)]

로렌초 로토는 위엄보다는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강하게 표현한 작가입니다로토의 성모영보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는예수를 잉태하게 될 사실을 이미 아는 것처럼 순종적인 태도로 그려진 기존의 성모 마리아와는 달리화들짝 놀라며 달아나려는 수줍음 많은 처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루카 복음(1,26-38 참조)의 말씀대로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하느님과 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이 세 인물의 행동은 모두 다소 과장돼 보지만 그만큼 표현적이기도 합니다그리고 펄럭이는 옷자락들은 일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을 한층 더 실감나게 합니다바깥에서 왼손을 뻗어 명을 내리시는 하느님과이제 막 방에 날아 들어와 앉은 자세로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 가브리엘그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성모 마리아악령을 상징하는 고양이가 천사 가브리엘의 등장에 놀라 꼬리를 내린 채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 작품은 성모영보’ 이야기를 직관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게 표현한 남다른 매력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리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내가 왜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 하고 말합니다오늘 우리가 만나는 성모님도 그러하셨을 것입니다성모님이라고 왜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습니까그분은 그래서 어떻게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그러나 이내 주님의 뜻이라면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합니다주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이유 없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무엇이든 할 수 있으신 주님께서 바로 내 곁에 계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그리고 바로 그 분이 내 아버지이신 하느님이시라는 믿음 때문입니다.지영현 신부(가톨릭회관 평화화랑 관장)[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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