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음죄로 잡혀온 여인(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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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09-26 10:25 조회5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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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있는 그림 [간음죄로 잡혀온 여인]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 1653년,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한 여인을 고발했다. 그 여인은 무시무시한 율법주의자들에 의해 어쩌다 예수님 앞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죄를 범한 여인을 대하는 유다 지도자들과 예수님의 자세는 매우 달랐다.
푸생은 인간의 이성에 호소하는 데생과 엄격한 형태의 완결성을 중심으로 조화의 미를 표현하는 고전주의 화풍을 지닌 화가로, 이 사건에 등장하는 예수님, 간음한 여인, 유다 지도자들을 엄격한 구도 안에 균형 있게 배치하고 있다.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간음한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린 채 무릎을 꿇고 있다. 화가들은 일반적으로 성경에서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의 모습을 반나체나 나체, 음란한 복장을 걸친 모습으로 표현하곤 한다. 푸생도 마찬가지로 성경 원전에 충실하게 여인의 드러난 어깨며 잘 가려지지 않은 몸을 보여준다. 여인의 앞에 계시는 붉은색 망토를 걸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여인을 가리키시며, 단호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서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처음에는 이 일에 아무 관심이 없는 듯이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썼다. 이미 오른쪽의 두 사람은 몸을 구부려 예수님께서 바닥에 쓴 글을 주의 깊게 읽으려 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무엇을 적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화가는 예수님께서 몸을 굽히시어 쓴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글자를 새겨 놓고 있다. 글을 쓰던 중 몸을 일으켜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이에 간음한 여인을 고발한 사람들은 하나씩 자리를 뜨게 된다.
푸생은 큰 화면 속에 예수님과 유대 지도자들과의 마음을 대립하여 표현하고 있다. 여인을 처벌하여 권위를 세우려는 유다 지도자들과 여인을 구원하려는 예수님이 있다. 처음에 이 여인을 고발한 유다 지도자들은 간음한 여인에게 돌로 치는 엄한 형벌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모세 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의 권위가 무색할 정도로 왼쪽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죄를 들킬세라 사색이 된 얼굴과 강렬한 몸짓으로 생생한 감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심지어 오른쪽 끝에 있는 사람은 왼손으로 옆 사람의 옷을 끌어당기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반면, 예수님께서는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이 여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자세였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죄에 더럽혀진 여인일지라도 구원받기를 성부께서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죄를 많이 지었어도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도 단죄하지 않고 계신다. 예수님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여인을 용서하신다. 여인은 자신의 앞에 서 계신 분이 바로,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계시다고 깨달은 표정이다. 이것은 ‘사람의 죄스러움’과 ‘하느님의 자비’가 직접 만나는 순간이다.(성 아우구스티노)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루카 5, 20)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인천주보, 2016년 3월 13일(사순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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