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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소감문] '언제나 내 편인 나의 엄마'<조향숙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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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2-06-05 20:10 조회7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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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편인 나의 엄마

 

 어린 딸이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뒤적이더니 엄마 거!’ 하면서 자랑스러운 눈빛 가득히 내민 빨간 색종이 카네이션! 서툰 가위질로 삐뚤삐뚤 어설픈 모양에다, 오다가 구겨진 것인지 초록색 꽃받침 하나는 접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사랑하는 딸이 엄마를 주려고 만든 꽃인데, 그 순간 내게는 이 빨간 종이 카네이션이 세상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었지요. 내가 감동하며 꽃을 바라보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아이는 벌써 쪼르르 장난감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그랬던 그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어 며칠 전 어버이날에는 원하던 지갑을 사라면서 내게 봉투를 건네었습니다. 어느새 엄마에게 이런 선물까지 챙겨 줄 만큼 자라다니 고맙고 뿌듯한 마음입니다.

  5월은 성모 성월입니다. 성모님에 관한 성가를 부를 때마다 참 포근해지고 내가 더 다정해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이럴 때는 어쩐지 성모님이나 어머니라는 어른스러운 말보다, 그냥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내가 삐뚤삐뚤 못난이 꽃을 드려도 마냥 기뻐하면서 뿌듯해하시고, 꽃을 주고는 바쁘게 돌아서서 엄마를 잊고 놀러 나가도 대견스럽게만 보시는,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언제나 내 편인 나의 엄마. 성모님이 바로 이런 엄마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성모님 엄마가 계시어 얼마나 든든하고 다행인지요.

 나에게 친정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습니다. 내가 힘들 때는 엄마가 생각나고 도움을 청하면 이국 만 리 초행길도 주저하지 않고 자그마한 체구로 한 걸음에 달려와 주시곤 했습니다.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시는 분, 엄마는 애초부터 엄마로 태어나서 나를 중심으로 그렇게 사시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우리 오 남매 각자는 엄마를 각자 자신의 엄마로서 나처럼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든든하게 힘이 되어 주실 것 같았던 엄마가 요즘은 기억이 흐려져서 어린아이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대고 위로받고 힘이 되어주는 엄마가 필요한데 말이지요. 삐뚤삐뚤 못해도 대견하게 바라보고, 바쁘게 살면서 엄마를 잊고 있다가 가끔씩 잠시 안부만 드려도 환하게 맞이해주며 괜찮다고 안심을 주시는 그런 엄마가 여전히 필요한데 말이지요.

 어쩌면 어른이 된 지금에 그런 엄마가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책임질 일도 많고, 고려해야 될 것도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많아져서 때로는 고달파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어릴 때 못난이 꽃송이를 있는 그대로 들고선 엄마 품으로 달려가 자랑스럽게 안겼듯이,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삐뚤삐뚤하고 상처 입은 나를 기쁘게 안아주고 괜찮다고 지지해 주시는 그런 엄마, 내가 부를 때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시고,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그 긴 시간조차도 묵묵히 내 곁에서 사랑으로 지켜보시며 나를 기다리시는 언제나 내 편이신 엄마, 지금 나에게는 그분이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나는 이런 엄마의 격려와 사랑에 힘입어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의 자양분을 받으면서 엄마로 어른으로 성장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종이 카네이션을 주던 딸이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성장한 것처럼, 성모님에 대한 나의 마음도 조금씩 성장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문득 다 큰 딸이 여전히 천진스러운 얼굴로 못난이 종이꽃을 선물로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해 봤습니다. 고맙고 그것이라도 나누려는 딸이 여전히 사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아직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딸의 상황에 슬프고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딸이 성장하지 못하고 늘 엄마 치마 고리를 잡고 자신만을 봐달라고 떼쓰는 아이로 머물러 있다면 얼마나 걱정이 될까요. 친정 엄마가 나만의 엄마가 아니라 우리 오 남매 모두의 엄마이고,. 그래서 한 형제에게 일이 생기면 엄마의 근심이 될 뿐 아이라, 우리 남매가 함께 걱정해 주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려고 하듯이, 성모님도 나만의 엄마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입니다. 당신의 눈물에 공감하고 미약하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당신의 딸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성모님, 당신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 나의 어리광조차 받아주시는 엄마로 계시기에, 내가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월, 성모의 달을 보내는 이 계절에 분심과 욕심으로 상처 내지 않은, 어린 딸이 엄마에게 주었던 그 순수한 향기 가득한 온전한 장미꽃 한 송이를 묵주알에 실어 성모님께 바칩니다, 영원한 나의 엄마이신 성모님, 사랑합니다!

조향숙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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