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2동성당
banner
자유게시판

[신앙소감문] '나의 하느님!' <도진업 스콜라스티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2-03-20 19:56 조회1,908회 댓글0건

본문

나의 하느님!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문득 저의 기도가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저는 자주 기도합니다. 하지만 제 기도의 대부분은 주님께 올리는 감사의 기도이기보다 저와 제 가족, 주변 지인들에게 닥친 힘듦과 고난을 거두어 주십사 기도하고, 또 이들의 행복과 안위를 구하는 청원의 기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제 기도는 언제나 부족합니다. 힘들 때 주님께 간절히 구원을 간구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은총이지만 이제는 주님의 섭리를 깨닫고 더 단단하고 담대하게, 또 성숙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주님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비교할 수도 없는 작은 고통조차 제힘에 벅차다고, 제 십자가가 무겁다고 늘 끙끙대고 있는 아직 어리고 부족한 제 모습이 부끄러워 더 큰 깨달음과 지혜를 달라고 청해봅니다.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하느님께서 저를 부르셨을 텐데도 저는 하느님을 오랜 시간 알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인간의 불완전함과 더불어 절대자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살아왔지만, 저 스스로는 하느님을 찾기에 미숙하였고 그것을 아셨는지 외국 생활 중 믿음 강하신 지인을 통하여 남편만 신자였던 저희 가정에 찾아오셔서 아이들과 제가 세례의 은총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당시 캐나다의 가톨릭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세례를 받는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다가왔고, 잠깐의 타국생활이라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뜨거웠던 처음의 감사함과 달리 한국에 돌아와 성당을 다니면서는 직장 복귀와 양가 부모님의 병환, 자녀 교육의 고단함 등으로 진실로 하느님과 가까워지지 못하고 발바닥 신자의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그러다가 맞이한 주체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순간에 주님께서 다시 손 내밀어 주셨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르다가 하느님 아버지를 찾는 것으로 제 발길이 예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며 성전으로 향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턴 머리로 따지지 않고 온전히 온 마음으로 주님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힘들거나 유혹의 순간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 붙들어주시는 하느님을 느끼고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교리와 성경 말씀을 잘 알지 못했지만 제 마음과 제 귀를 순하게 만드시어 모든 강론과 신자들이 들려주는 말들 하나하나가 저에게 부드럽게 녹아들었으며, 마음에 따뜻함과 위로를 주시는 성전을 자주 찾으며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은총까지 베풀어 주셨습니다. 미처 제 눈과 귀가 덜 열려 부족한 상태일 때에는 주변의 형제자매들을 통해 길을 알려주시고 기도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사실 몹시 부끄럽고 자신 없었지만,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또 제 주변에서 항상 기도해주시고 하느님 곁으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힘주시는 많은 교우분들이 먼저 떠오르며 다시금 제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이 형제자매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도록 붙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 혼자의 힘과 능력은 너무나도 부족하고 때로 교만으로 가득하여 주님 앞에 서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순간에도 제 손을 놓지 마시고 항상 함께해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시는지 제 곁엔 언제나 주님의 착한 자녀들인 교우분들이 계시고, 힘들 때마다 기도의 힘으로 지켜주십니다. 모두 저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겠지요.

 

 그러나 하느님의 크신 사랑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게만 살고 싶은데 저의 하느님은 시련 또한 계속 경험하게 하십니다. 제 십자가를 기꺼이 지게 해달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마음이 힘들고 벅찬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넘어지고 마음이 무너집니다. 하느님께 기도드리면서도 두려운 감정에 휘둘리고 마는 저 자신을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하느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은 어떻게 오는지, 고통이 있어야만 깨닫게 되는지, 간절히 기도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지 아직은 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므로 다시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시련을 거두어 주시고 계획하신 뜻을 알아 받아들이고 마음에 평화를 갖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매달립니다. 그래도 기도가 잘되지 않을 때 본당 수녀님께서 두 손 꼭 붙들어주시며 힘들 때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해주시고 감사 기도 속에서 감사할 일이 정말 많을 거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이 말씀 붙잡고 다시 힘내고 있으니 제 주변에서 주님의 전령들이 돌아가며 저를 도우신다는 것을 항상 느끼며 살아갑니다. 주변 형제자매님들 안에서 저의 하느님을 보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주님이시고 구원자이시며 제 이웃들 안에 언제나 함께하시는 저의 하느님! 제 마음이 세상사로 시끄럽고 번잡하거나 세상에 대한 욕심과 갈망이 너무 커 하느님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언제 어디서나 저와 함께하여 주시어 옳은 길로 인도해 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실 때 네 주님! 바로 여기에 항상 주님과 함께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기를, 하느님께 모든 것 의탁하고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 뜻에 순명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언제나 주님과 동행하며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소망하며 사순시기를 거쳐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 후 부활하셨듯이 모든 교우분께도 주님 부활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도진업 스콜라스티카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대치2동성당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로 540 (대치동) TEL : 02-565-1994~5
Copyright (C) 대치2동성당. All Rights Reserved.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