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소감문] 레지오 마리애 성모 발현지 순례기 프랑스 : 루르드, 라 살레트(2)<조향숙 엘리사벳>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3-12-16 18:42 조회73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레지오 마리애 성모 발현지 순례기
프랑스 : 루르드, 라 살레트(2)
루르드 성모님을 뵈러 간 날은 하늘이 투명하게 푸른 날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사진으로만 봤던 성당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우리를 반겼다. 매년 오백만 명의 순례객이 찾는 만큼 그 규모 역시 컸다. 가이드의 안내로 경내를 돌아본 후, 우리는 ‘물의 예식’부터 하기로 했다. 루르드에 순례를 오기로 한 날부터 기적수에 대한 소망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욕심인가, 기복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조차 성모님께 봉헌하고, 나의 소망을 솔직히 간절히 아뢔보리라. 주님께서는 합당한 답을 주실 것이고, 주시는 그 답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또한 열어 주시리라.
무염시태 대성당의 작은 경당에서 오롯이 우리만의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순례에 본당 김정현 토마스 부주임 신부님께서 함께하셔서, 성지에서 매일 미사 참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비오 10세 교황 대성당에서 거행한 성체 현시는 그 규모만큼이나 거룩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휠체어를 타는 환우들을 위한 배려는 건물 구조부터 봉사자들의 환한 미소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성모님 사랑으로 배어 있었다. 밤 9시에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촛불 행렬이 이어졌다. 이곳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베르나데트와 함께 묵주기도 하셨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매일 밤 순례객들이 빛의 광장에 모여 묵주기도를 드린다.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객들이 각자의 언어로 드리는 기도이지만, 하나로 조화롭게 이어지는 기도가 되어 피레네산맥 밤하늘에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하늘의 빛나는 별빛에, 반짝이는 촛불로 화답하면서 우리의 기도가 저 하늘의 하느님께 닿기를…
이튿날 자유 시간에는 각자 오롯이 성모님을 만나고 주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제 보았던 무염시태 대성전, 로사리오성당, 지하 대성당과 경내 등을 찬찬히 마음에 새기며 다시 돌아보고 나서 성모님께서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하신 마사비엘 동굴로 갔다. 동굴 앞 광장에는 매시간 미사와 묵주기도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무려 18번이나 나타나시어 ‘무염시태’의 당신을 확인시켜 주시고, ‘참회하고 기도하면 몸과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치유의 샘물을 솟게 하신 그 마사비엘 동굴 앞에서, 성모님께서 지금 내게 들려주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그러나 잠시 후 다음 여정을 위해 우리는 아쉽게도 일어서야만 했다. 루르드 성모님으로 설레고 벅찬 마음을 간직하고서…
운무가 펼쳐진 계곡을 내려다보며 산자락을 돌아 돌아 알프스 풍광에 젖어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저 멀리 언덕 위에 작은 점처럼 성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 1,800m 위치한 라 살레트 성모 발현지! 다 같이 경내를 돌고 난 뒤 잠시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발현 경당으로 갔다. 경당 정면에는 생명나무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으로 햇빛을 받아 빛나고, 벽 양면 창으로 들어오는 해 질 녘 알프스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은 창조주 하느님께 절로 찬양을 올리게 한다. 우리가 도착한 9월 19일은 우연히도 라 살레트 성모님 발현 177주년 기념일이었다. 8시에 시작하는 촛불 행렬에는 발현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주교님을 비롯한 사제단이 함께하였다. 우리 순례단 일원도 제단에 올라 촛불 행렬과 묵주기도를 선창하는 은총을 누렸다. 별이 총총한 알프스 밤하늘에 낭랑하게 들려오는 우리말 기도는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씀 같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앉아 울고 계시는 성모님 상 앞을 행렬할 때는 마음이 울컥했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자식이라 외면도 못 하고, 두고 보자니 안타깝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도 많았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성모님의 이러한 마음이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회개하고 매일 기도를 게을리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어린 멜라니와 막시맹에게 발현하시어 남기신 성모님. 오늘도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과 멀어져가는 우리를 보실 때 슬프게 울고 계시리라. 이번 열이틀간의 순례는 은총 가운데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 인생 여정의 순례는 계속된다. 이번 순례길에서 주신 성모님과 주님의 은총으로 더욱 활기찬 인생 순례 여정이 되리라 믿으며, 하느님과 성모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조향숙 엘리사벳
*성모 발현지 순례 (2023년 9월 10일 ~ 9월 21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