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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소감문] '물과 성령으로'<장윤영 요세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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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홍보분과 작성일22-07-21 23:14 조회4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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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성령으로

 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2일 삼위일체대축일에 세례를 받은 장윤영 요세피나라고 합니다. 우선 이 지면을 빌려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예비자 교리 공부를 시작한다는 제 말에 가족들은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갑자기 웬일이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이고 미뤄왔던 저였습니다. 이런 제가 갑작스럽게 자발적으로 성당에 가겠다고 하니 가족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겠지요.

 1 23일의 환영 미사로 시작된 예비자 교리 과정은 교리 공부 시간 1시간과 봉사자님과 예비자와의 나눔의 시간 1시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교재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제작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교재를 사용했는데, 사진과 그림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스테파노 신부님도 영화 예시를 많이 들어주시며 설명해주셔서 교리를 글로만 배우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과정 초반에 성당 안내를 받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본당에서 종종 연미사를 지냈던 적이 있었기에, 본당의 구조가 아주 처음은 아니었지만, 본당 구석구석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성모상, 성 요셉상, 성가정상을 비롯하여 대성전의 제대, 감실,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등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사의 의미를 알고 익숙해진 지금에는 미사를 드리며 주님께 경외하고 감사한 마음뿐이지만, 익숙해지기 전에는 언제 일어나는지, 언제 앉는지, 언제 나가야 하는지, 언제 어디에 인사드려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하는 눈치 게임에 참여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차츰 전례가 익숙해지고,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날의 말씀을 묵상하고 강론을 귀담아듣고 정성스레 성가를 부르는 적극적인 자세에서의 미사는 그토록 아름답고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성실하게 예비자 교리 과정에 임했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태도와 말과 행동이 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미사의 고백기도와 아침기도, 저녁기도에 있는 생각과 말과 행위라는 표현처럼요.

 동안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4월에는 사촌 언니의 자살로 몇 날 며칠을 허망함 속에 지냈으며, 사랑이 없다가도 생길 것 같은 5월에는 저 혼자 신나게 좋아했던 분과 이별했습니다. 그는 저를 예비자 교리 과정에 뛰어들게 해준 결정적인 계기였기 때문에, 그와의 이별로 인해 세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 것만 같아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자리에서 뒤돌아 포기의 문을 열려는 순간에 주마등처럼 떠오른 것은 신부님과 봉사자님들의 기도였습니다. 특히 4월에 세상을 떠난 사촌 언니를 위해 기도해주신 것, 언니를 위한 연미사의 기억이 너무나 큰 힘이 되었습니다. 빛을 따라 들어온 세상에서 그만 빛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제가 빛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지요.

 바쁜 일상 중 오아시스가 된 일일 피정도, 방역 완화 조치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던 성지순례도 매우 인상 깊은 일정이었습니다. 새남터 성지에서 본 형장에 새겨진 글귀가 떠오릅니다. “삶은 순교입니다. 순교는 사랑입니다.” 하느님,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기에 믿는 자들이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은 것입니까?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여 믿음을 굳건히 하고 기쁜 마음으로 세례를 받을 수 있을까요?

 9일 전부터는 세례 준비 9일 기도와 더불어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9일 기도문의 문장들은 제가 했던 고민과 너무 닮아서 예비자 과정을 밟는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였는데, 지금은 압니다. 하느님은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걸요.

 세례성사 이틀 전, 일하던 중 돌발성 난청이 생겨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세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마기도와 신앙고백, 세 번 부어진 물, 구원의 기름과 축성 성유, 흰옷과 파스카 초의 빛, 그리고 첫영성체, 물과 성령으로 죽음을 건너 다시 태어난 그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동안 제가 무사히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스테파노 신부님, 막달레나 수녀님, 여정회 봉사자님들, 새 신자분들, 소중한 대모님, 사랑하는 우리 가족 그리고 축하해주신 많은 교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장윤영 요세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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